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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모로코

모로코여행#29 페즈1 모로코 베드버그 퇴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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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1/24 - [여행/모로코] - 모로코여행#28 페즈행 로드트립

Mecca of the West, Fés

구글도 포기한 세계에서 가장 복잡한 미로

모로코 사람들의 영혼의 고향


페즈는 모로코에서 가장 오래된 도시이자, 가장 모로코의 색채를 잘 갖고 있는 도시입니다.

서기 789년 이드리스 1세 ( Idris I ) 가 이드리스 왕조를 세우고 페즈를 그 수도로 지었습니다.

이드리스 1세는, 이슬람교를 창시한 예언자 무함마드의 후손 중 한명으로,

현재 바그다드 지역에 아바스 왕조가 (Abbasid Caliphate) 들어설 때

숙청을 피해 마그레브, 현재 모로코로 망명하여 왕조를 세웁니다.


이후 9세기 초반부터 다양한 사람들이 페즈로 유입되기 시작합니다.

현재 튀니지 지역과 이베리아 반도에 있던 이슬람교도들이 계속 이주했고,

아프리카에 퍼져 살던 유대인들도 페즈로 몰려들어 자신들만의 공동체를 형성합니다.


동시에 이드리스 2세의 아들 무함마드가 이 도시를 통치하기 시작하는데,

859년, 세계 최초의 대학교인 알 카라윈 대학교( Al-Quaraouyine )가 지어집니다.


베르베르 연합체가 세운 마라케시와는 달리

페즈는 이슬람 제국의 후손으로부터 시작되고, 주변의 다양한 이슬람교도들이

모여들어 발전하게 된 도시여서 그 형태가 조금 다릅니다.



페즈의 숙소를 잡을 때는 블루 게이트 근처에 잡는 것이 용이합니다.

유네스코 문화유산으로 선정된 올드 메디나가 시작되는 곳이자

어디를 가더라도 택시를 잡기 쉽고, 교통편이 편리한 곳입니다.


하지만 저희는 메디나 외각에 위치한 리야드에 머물었습니다.

블루 게이트 주변은 혼잡하고 시끄럽기 때문이기도 합니다.

덕분에 평화로운 페즈의 외곽을 보며 기상합니다.



여기서도 여유롭게 아침식사를 합니다.

팬케익을 특히 꿀에 찍어먹으면 맛이 좋습니다.



옥상의 전체적 분위기가 참 여유롭습니다.

메디나 외곽에 위치해서인지 아침에도 시끄럽지 않습니다.

왜 우리가 아침식사를 할 때는 아무도 오지 않는 것일까요



민트 티를 한잔씩 더 하고

거하게 빵에 버터까지 발라먹은 뒤에야 아침식사는 끝이 납니다.

페즈에서부터는 민트티가 컵으로 제공됩니다.

카사블랑카와 마라케시에서는 작은 주전자에 담겨 나왔는데

문화가 조금 다른가봅니다.



아침식사를 끝낼 즈음에야 나타난 또다른 투숙객들

다행히 이곳에 머무는 사람들이 우리만은 아니었나 봅니다.


베드버그 퇴치기


포스팅동안 밝히지 않았던 내용이었지만

사실 여행중 베드버그, 즉 빈대에게 당한 적이 있습니다.

여행가는 분들이 많이 사가시는데,

저희는 전혀, 정말 출발하기 전까지 생각치도 못한 채 여정에 올랐습니다...


베드버그는 한번 출현하면 쉽게 퇴치가 어렵고

환부는 모기물린 자국과 비슷하지만, 아무리 약을 발라도 가려움이 없어지지 않습니다.


그동안 퇴치하고자 계속 옷을 세탁하고

햇볕에 말리고를 반복했지만, 전부 허사로 돌아갔습니다.


사막을 이동하는 내내 베드버그에게 고생했던 터라

페즈에 온 김에 벌레를 퇴치하고 약을 사러 갑니다.


어떻게 이동해야 할 지 막막하던 때

검정색 큰 밴이 우리 앞에 다가오더니 멈춥니다.

낮선 곳의 여행자의 주머니를 노리는 또다른 택시기사인것 같지만

일단 창문을 열고 협상을 시작합니다.


영맨!(Young man) 어디가시나?


- 병원에 가야 합니다.


일단 올라타서 얘기하자구


낮선 나라에서 맘편히 택시를 타기는 쉽지 않습니다.

인도, 동남아 등 다양한 나라에 가본 경험을 토대로

저는 저만의 택시를 고르는 기준이 있습니다.

1. 운전자가 영어를 구사하는가

2. 목적지가 명시되었는가

3. 가격이 정해졌는가 (후불이라면 미터기인가)


이 세개중 단 한 조건도 맞지 않는다면 저는 택시에 절대 오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첫번째 조건 외에는 어느것도 맞지 않습니다.

어느 병원에 가야 할지도 정하지 않았을 뿐더러

가격 역시 얼마가 나올 지 모릅니다.


어쩔 수 없지만 이 사람을 믿고 차에 오르기로 합니다.



자네들과 내가 만난건 신의 뜻이야

 내가 이 도로로 들어온 것도 우연이었고,

자네들 역시 이곳을 걸어가고 있던 것도 우연이었지


페즈에 있는 최고의 피부과 의사에게 가보자구

종종 내 딸이 아플때마다 드르는 곳이 있어.


다행히 성격은 좋은 아저씨인 듯 합니다.

이름은 아흐메드 라고 합니다.

아저씨를 따라 페즈 신도심으로 이동합니다.



오전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물씬 풍기는 페즈의 신도심

70년대에 프랑스를 여행했다면 이런 모습일 듯 합니다.

차에서 내린 후 아흐메드 아저씨와 함께 이동합니다.



흰 건물들 사이의 낮선 거리에서

어느순간 눈에 들어왔던 페즈

모로코 특유의 모던한 느낌이 납니다.



문 옆 기둥에 간판이 이곳이 병원임을 알려줍니다.

층마다 병원이 하나씩 있습니다.

모로코판 생명의 건물입니다.


사실 병원을 찾은 날은 금요일이었습니다.

금요일은 아랍인들에게는 휴일과도 같은 날이어서

관공서나 병원 등이 정오가 넘어가면 문을 닫고, 오후 4시나 5시경 다시 문을 엽니다.

물론 아예 운영하지 않는 병원도 있습니다.


다행히 아흐메드 아저씨의 도움 끝에 운영하는 병원에 도달합니다.

미처 숨을 돌리기도 전에, 의사가 영어를 구사하지 못한답니다.

영어를 단 한마디도 구사하지 못하다니,,

전공책은 어떻게 보고, 의사 면허는 어떻게 땄는지 심히 의심스럽습니다.


다행히도 아흐메드 아저씨가 통역을 도와준다고 합니다.

영어를 못하는 동생을 대신해서

최대한 쉬운 단어를 구사하며 아저씨에게 열심히 설명합니다.

연고(balm), 가려운(itchy) 같은 단어들이 유용하게 쓰입니다.


 연고를 발라도 계속 가렵습니다.

베드버그에 물린 것 같습니다.


상황은 점점 심각해집니다.

어느새 진료실은 프랑스어, 영어가 난무하는 토론장으로 변합니다.

11시경 진료실에 들어왔는데, 시계는 벌써 12시 근처를 가리킵니다.

다행히 얘기에 성공했는지, 의사가 처방전을 적어줍니다.


모든 일이 끝난 듯 합니다.

약국에 가서 약을 사면 되고

퇴치제도 구매해서 옷과 가방에 뿌리면 될 것 같아

마음이 놓입니다.


병원을 나오며 아흐메드 아저씨가 물어봅니다.


Do you feel happy now?

( 이제 좀 행복하니? )


- I'd rather say I'm satisfied

( 좀 만족스럽습니다 )


Satisfied! That is a very appropriate answer.

(만족스럽다라! 매우 적절한 대답이네)


아직도 병원을 나오며 아저씨와 주고받은 이 세 마디가

정말 또렷하게 기억납니다. 


하지만 막상 약국에 가보니, 

베드버그 환부에 바르는 약은 구매할 수 있어도,

베드버그를 제거하는 살충제는 약국에서 살 수 없습니다.

살충제는 모로코에서 농약 취급하는지, 종묘사 비슷한 곳에서 구매해야 합니다.

한국에서 베드버그 퇴치제를 미리 구매해가면 좋을 듯 합니다.



큰 일이 해결되었습니다.

마음이 놓이니 거리가 한층 더 여유롭게 보입니다.

좋은 병원을 찾아주고, 옆에서 계속 통역까지 해준 아흐메드 아저씨를 만난 것은 

우연이지만 정말 행운이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 경계의 눈초리를 풀지 않은 채 차에 오른 것이

어느덧 미안하게 느껴집니다.


정오가 지나고, 가게가 하나둘씩 닫기 시작합니다.

다행히 약국에 들러 약은 전부 구매했지만, 베드버그 퇴치제는 아직 남았습니다.

허겁지겁 종묘사로 향해보지만, 이미 닫고, 4시 이후에 연다고 합니다.


영맨! 잠시 숨좀 돌리고 가자구


아흐메드 아저씨와 함께 카페에 앉습니다.

에스프레소보단 연하지만 묵직한 바디감이 올라오는 모로코 커피를 주문합니다.

커피를 한 잔 홀짝인 뒤, 그가 미소를 머금고 얘기합니다.


이런게 진짜 커피지! 관광지에 있는 카페는 비싸고 맛도 없어!

영맨! 살충제 가게는 어차피 4시는 넘어야 열어.

그동안 내가 페즈를 구경시켜 주겠네. 어떤가?


커피를 한 모금 홀짝인 뒤, 여유롭게 맏받아칩니다.


How much?


- 길거리에서 자네들을 태울때부터, 호텔에 내려줄때까지

전부, 딱 40유로만 받겠네


병원에서 지극정성으로 도와주고, 페즈 외곽을 구경시켜주는데에

전부 40유로면 바로 가야 합니다.

( 게다가 자동차도 에어컨이 나오는 승합차! )


바로 딜을 외치고 남은 커피를 마저 들이킵니다.

아흐메드 아저씨와의 일화는 다음 편에 계속..!




아흐메드 아저씨 연락처


만약 페즈에 가서 도움이나 투어가 필요하다면

아래 연락처에 한번 연락해보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모로코에서 만났던 현지인들 중 영어를 잘하는 축에 속했고,

병원에서 준 도움은 아직도 기억에 남을 정도로 잘해줬습니다.

비용은 일단 모로코기준으로 저렴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습니다.

다만 높은 가격에 좋은 서비스를 받는 느낌이어서

절대 사기이거나 값지지 않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

적당한 가격을 받는다는 생각이 듭니다.


폰에 +212 535 616446 번호를 저장한 뒤

왓츠앱을 다운받아 실행하면 Ahmed 라는 계정이 뜰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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