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여행/모로코

모로코여행#10 마라케시3 입생로랑의 정원 자댕 마조렐

D G R L D

이전 글: 모로코여행#9 마라케시2 기원의 탑! 코우토우비아 모스크


Jardin Majorelle 

북아프리카의 모더니즘 정원

입생로랑을 홀린 마법의 공간


코토비아 모스크를 본 뒤, 길거리에서 택시를 잡습니다.

마라케시에서 반드시 봐야 하는 마조렐 정원에 갑니다.

마조렐 정원은 자크 마조렐 ( Jacques Majorelle ) 이라는 프랑스 예술가가 조성했으며,

후에 유명한 패션디자이너 입생로랑이 소유하게 되었습니다.

입생로랑은 사망한 후 이곳에 유해를 뿌려달라고 유언을 남겼고, 그의 유해는 이곳에 안치되어 있습니다.

정말 유명한 관광지어서 사람이 많습니다. 아침 일찍 가야 합니다.



택시를 잡고 이동합니다. 요금은 약 10 디르함 내외가 적당합니다.

처음에는 무섭게 생긴 아저씨가 와서 30디르함을 부르더니

점잖은 아저씨가 오더니 8디르함을 부릅니다.


감사한 마음에 2디르함은 팁으로 드리고 내립니다.



자댕 마조렐은 입생로랑가 ( Rue Yves Saint Laurent ) 에 있습니다.

골목에 들어오니 다양한 상점이 눈에 들어옵니다.

동생은 연신 프랑스 느낌이라고 하는데..음.. 제가 보기엔 죽었다 깨어나도 애리조나 느낌입니다.



자댕 마조렐 Jardin Majorelle 위치

정원 자체는 신시가지에 자리잡고 있어서 택시나 버스 이용이 불가피합니다.



도착한 시간은 오전 10시 45분 즈음 

이미 앞에는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투어 업체 등을 통해 미리 표를 사오는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런 사람들은 바로 입장이 가능합니다.

뒤로 돌아가서 줄을 섭니다. 유럽에서 온 사람들이 정말 많습니다.


약 20분정도 기다린 끝에 티켓을 구매할 수 있었습니다.

Cassie 가 '줄' 이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프랑스어 간판이라 혼란스러워했던 기억이 납니다.

( 이곳이 맞나....)  



자댕 마조렐에는 정원, 베르베르 박물관, 입생로랑 박물관 입장권을 각각 팝니다.

저희는 정원과 베르베르 박물관만 가보려고 했지만,

2018년 9월 방문 당시 베르베르 박물관이 닫아서 갈 수 없다는 황당한 답을 듣고, 정원만 가보도록 합니다.

정원 입장료는 70디르함인데, 조금 비싸다는 생각이 듭니다.



동생 뒤로 있는 비밀스러운 문으로 입장하면 정원이 나옵니다.

장밋빛 벽 앞으로 늘어진 꽃나무가 신비로운 분위기를 연출합니다.

판타지 소설에 나올 듯 한 공간입니다.

기대를 잔뜩 머금고 천천히 들어가봅니다.



들어가니 공기가 달라집니다.

시원한 물소리와 함께 파란 정사각형 분수가 이방인을 맞이합니다.

밖은 뜨거운 사막인데, 내부는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이쯤에서 잠시, 이 정원이 어떤 정원인지 알아보고 갑시다.


Jacquez Majorelle


자크 마조렐 ( Jacquez Majorelle  Mar 7, 1886 ~ Oct 14, 1962 ) 은 프랑스에서 태어난 오리엔탈리즘 화가입니다.

그의 아버지는 아르누보 ( Art Nouveau ) 스타일 가구 제작자인 루이 마조렐 ( Louis Majorelle ) 입니다. 어릴적, 그는 아버지의 가구 공방에서 다른 가구 디자이너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의 아버지는 자크 마조렐에게 건축을 공부시켰지만, 3년동안 건축을 공부한 후, 자크 마조렐은 실증을 느끼고 화가의 길을 걷기 시작합니다.


그는 에콜 데 보자르( École des Beaux-Arts )라는, 프랑스에서 매우 좋은 예술학교를 마친 후, 또다른 예술학교인 줄리안느 아카데미( Académie Julian ) 에서도 예술을 공부합니다.

그러던 중, 1917년경, 모로코 카사블랑카로 여행을 떠납니다. 여행 중에 그는 마라케시에 방문하고, 이 도시의 강렬한 색깔과 빛깔에 빠져들게 됩니다. 마라케시를 기준으로 이곳저곳 더 돌아다닌 후, 그는 마라케시에 정착하기로 마음을 굳힙니다.


그의 작품은 지중해와 북아프리카의 나라들을 방문하며 받은 영감을 통해 그려졌습니다. 카스바와 메디나의 삶과 현지인의 모습을 강렬하게 표현했으며, 모로코로 여행을 장려하는 포스터를 그리기도 합니다.


그의 스타일인 오리엔탈리즘은, 중동의 문화를 과장, 강조하여 표현하는 작품기법을 말합니다. 당시의 동양은 동아시아권이 아니라 중동, 즉 아랍 문명권을 일컫습니다. 18세기 후반과 19세기에 나폴레옹이 이집트를 점령하고, 프랑스가 알제리를 식민지로 삼는 등, 지중해 동쪽과 남쪽의 아랍 문명권에 대한 식민지화가 이루어지며 유럽인들은 중동, 아랍인들의 문화를 체험하기 시작했는데, 이들은 아랍이 위험하고, 야만적이고, 뒤쳐져있다는 인식을 갖게 됩니다.

물론 부정적인 인식만 있던 것은 아닙니다. 유럽인들은 이슬람 문명을 신비로운, 이국적이며 진귀하고 색다른 세계로 인식하게 되어, 이들을 그려내기 시작합니다.

오리엔탈리즘은 이런 배경 속에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오리엔탈리즘의 작품들은 동양을 이국적, 낭만적, 그리고 (매우매우) 관능적인 세계로 그려냅니다. 


Jardin Majorelle


1923년 자크 마조렐은 마라케시 근교의 4에이커 크기의 대지를 구매하고, 이곳을 정원으로 가꾸기 시작합니다.

처음에 그는 전통적인 모로코 스타일의 정원을 꾸미지만, 1931년, Paul Sinor 라는 예술가에게 Villa 라는 건축물을 의뢰하며 그만의 스타일을 만들어내기 시작합니다.

그는 마라케시에서 영감을 받아 만든 진한 파랑색으로 이 건물을 칠합니다. 이 색은 나중에 마조렐 블루 (Majorelle Blue) 라고 불리게 됩니다.

4 에이커의 토지로 시작한 그는, 근처 땅을 조금씩 사들여 정원을 키우기 시작해 무려 10에이커에 이르는 토지를 정원으로 가꿔냅니다. 감각적인 설계와 다양한 식물을 배치하여 아름다운 정원을 만듭니다.

안타깝게도, 서서히 자금이 바닥나기 시작했고, 1947년 그는 결국 입장료를 받으며 정원을 외부에 공개합니다. 또한 토지의 일부를 매각하여 남은 정원을 가꾸는데 총력을 다합니다. 그러나 1950년 그는 이혼울 겪게 되며, 이후 그는 강제로 땅과 집을 매각합니다. 그렇게 타인의 소유가 되어버린 정원은 방치되어 황무지가 됩니다.


사람들의 기억속에 망각된 빌라와 정원은 1980년 패션 디자이너 입생로랑( Yves Saint Laurant ) 과 피에르 베르제( Pierre Bergé )가 다시 발견하여 재건하기 시작합니다. 2008년에 입생로랑이 타계하고, 그의 바람대로 그의 유해가 이 정원 곳곳에 뿌려지게 됩니다.



울창한 대나무숲이 햇빛을 가리고 바람을 부릅니다.

이 정원은 Botanical Garden 으로, 식물원과 정원을 합친 정원입니다.

마조렐은 전세계 다양한 곳에서 정원에 놓을 식물을 구해왔는데,

대나무는 중국에서 공수해왔다고 합니다.


이 이외에도 캘리포니아에서 가져온 야자수, 남미에서 온 선인장,

이란-파키스탄 지역에서 온 꽃나무, 심지어 호주에서 온 관엽수까지

전세계 건조기후에서 자라는 식물은 전부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문양과 기와, 그리고 대나무가 매우 동양스러운 느낌이 납니다.

오리엔탈리즘의 영향을 받아서 일까요

그래서인지, 중국인 관광객이 정말 많습니다.



안쪽으로 천천히 들어가면, 위 글에서 설명된 빌라 Villa 가 나옵니다.

파란 겉표면과 노란 커튼이 강렬한 대비를 줍니다.

선인장과 파란 색이 감각적인 느낌을 극대화합니다.

이 건축물은 큐비즘 ( Cubism ) 이라는 양식에 영향을 받아 만들어졌습니다.


큐비즘이란, 19세기 후반과 20세기 초반의 모더니즘 양식으로,

피카소의 그림이 바로 큐비즘으로 그려진 그림입니다.


우리가 물체를 바라볼 때 한 방향에서 보면, 자연스레 원근감을 느끼며,

물체의 속성이나 형태에 관계없이 가까이 있는 부분을 크게, 멀리 있는 부분을 작게 보게 됩니다.

 큐비즘은, 물체를 다양한 방향에서 관찰하여 얻은 부분적인 이미지들을 하나로 합쳐서 표현하는 방식입니다.


이렇게 하면 전체적인 이미지는 이상하게 나오지만

다양한 방향에서 바라본 특징들은 고스란히 그림에 남게 됩니다.



이렇게, 여러 방향에서 물체를 쪼갠 후, 다시 합성하는 과정은 건축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기하학적 형상 을 이용하며,서로를 통과시키거나 한 면을 투명하게 만드는 등,

공간적으로 다양한 시도를 가능하게 하는 데에

큐비즘이 어느정도 일조했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빌라 바로 맞은편에는 정사각형 모양의 분수가 있습니다.

흰 색이 색칠된 곳 까지만 물이 차있어서, 안쪽의 정사갹형이 마치 공주에 떠 있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짙은 파란색이 정말 시원합니다.


야자수와 선인장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분수를 바라보고 있으면

자연히 발걸음이 느려지게 됩니다.

마조렐 정원 내부 어디서든, 사람들은 여유를 찾고,

잠시 시간의 흐름을 잊게 됩니다.


아이폰으로도 열심히 사진을 찍어 봅니다.

색감이 강렬해서 어떻게 찍어도 선명한 사진이 나옵니다.

어떻게 보아도 너무나 감각적인 건축물



빌라 뒷편에는 이런 벽장식이 있습니다.

강렬한 파란 벽이 입체감을 줍니다.


분주하게 사진을 찍으러 돌아다니는 외국인들..

사람이 정말 많았습니다. 얼마나 많았냐면...



이렇게 빼곡하게 줄 서서 이동해야 할 정도로 많았습니다.

전 세계의 언어가 다 들립니다. 중국어, 한국어도 자주 들립니다.

마조렐 정원에 가려면 시간을 잘 맞춰서 가야 합니다. 이른 아침이나, 3시 이후의 오후가 좋습니다.



정원의 한쪽에는 카페가 마련되어 있습니다.

정원 한 구석에 있는 만큼 잔잔하고, 특유의 여유로운 분위기가 흐릅니다. 

물론 가격은 엄청나게 비쌉니다.

민트티를 주문하면 사진에 웨이터가 따르는 것처럼 높이서 따라줍니다.

웨이터마저 오리엔탈리즘의 잔재가 아닐까 생각이 듭니다.


이후 다시 메디나로 돌아와서

Dar El Bacha 로 갑니다.

다음포스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