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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모로코

모로코여행#12 마라케시5 비밀의정원 공간에 낙원을 설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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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편: 모로코여행#11 마라케시4 군주의 성 다르 엘 바차


Le Jardin Secret

혼돈의 마라케시 메디나 중앙에서

잊혀졌던 낙원의 설계도를 발견하다



다르 엘 바차( Dar El Bacha ) 다음으로 가는 곳은

비밀의 정원 이라는 르 자댕 시크레 ( Le Jardin Secret ) 입니다.

  오마이걸 [비밀정원]이 생각나는 이름입니다.


이 공간은 16세기 중반 사디안 왕조 ( Saardian Dynasty ) 가 모로코 지역을 통치할 때

왕족이 거주하던 성의 일부로 지어졌습니다.

17세기 사디안 왕조가 무너진 이후, 성채 역시 부서졌고,

이후 19세기 중반, 알 하즈 압둘라 우비히(Al Hajj Abdallah U-bihi) 라는 아틀라스 산맥 높이 살던 영주가

이 땅을 차지한 후, 사디안 왕조 시대의 모습을 복원합니다.


그러나 복원된 정원은 오래가지 못했습니다.

당시 모로코의 통치자 술탄 무함마드 4세( Sultan Muhammad IV)는

압둘라가 모으는 권세를 탐탁치 않게 생각해 독이 든 차로 그를 암살합니다.

주인을 잃은 복원된 정원은 2번의 새로운 주인을 맞은 뒤,

최후의 주인인 무하마드 로쿠리시( Muhammad Loukrissi) 가 1934년 사망한 뒤로

메디나의 한 가운데에서 잊혀지고 버려지게 됩니다.



다르 시 사이드에서 출발해 메디나를 걸어 들어갑니다.

멋진 카페트를 팔고 잇는 아저씨

손에서 핸드폰을 놓을 새가 없습니다.



비밀의 정원, 자댕 시크렛은 다르 엘 바차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지마 엘 프나 광장을 기준으로 북쪽에 위치하고 있는데,

이곳은 상점도 비교적 적고, 관광객도 적어 편하게 메디나를 감상할 수 있습니다.



허기가 져서 길거리에서 먹은 샌드위치

계속 따진( Tarjine )만 먹다 보니 질려서 이런 새로운 음식도 시도해봅니다.

샌드위치 하나에 25디르함이라니!!

마라케시의 관광객 물가로는 턱도 없이 낮은 가격입니다.

일반적인 레스토랑에서 따진이나 쿠스쿠스는 적어도 60디르함 이상의 가격을 받습니다.

7000원 정도로, 결코 저렴하지 않습니다.


메디나 한가운데에 있는 작은 식당이었는데,

맛은 끝내주게 좋았습니다.



더 깊이 메다나 속으로 들어갑니다.

어렸을 때 보았던 디즈니의 알라딘 이야기에 나오는 양탄자들이 보입니다.

재미있는 것은, 이슬람 스타일의 무늬와 베르베르 스타일의 무늬가 다릅니다.


일반적으로 프렉탈 모양, 만델브로트 집합 모양의 무늬가 많으면 아랍스타일,

직선으로 구성된 X자나 빗금, 마름모 스타일의 무늬는 베르베르 스타일이라고 간주하면 됩니다.

양탄자에 대한 이야기는 다르 시 사이드에서 좀 더 이야기해보겠습니다.



비밀의 정원이 있는 골목에 들어서면

Le Jardin Secret 이라고 적혀있는 큰 노란 깃발이 보입니다.

여기까지만 봐서는 도저히 안에 정원이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이 들지 않습니다.


태양이 피부를 뜨겁게 태우고 있습니다.

식사한지 불과 10분밖에 되지 않았는데 벌써 피로합니다.


비밀의정원, 르 자댕 시크레 위치



티켓의 가격

일반인 정원입장료는 50디르함, 탑 입장료는 30디르함인데,

만약 24세 미만 대학생이라면 각가가 30디르함, 20디르함으로 할인 받을 수 있습니다.

유럽처럼 국제학생증을 요구하지는 않고, 24세 이하인 것만 증명하면 됩니다.


둘 다 여권을 들고 오지 않은 상황.

동생은 주민등록증, 저는 대학교 모바일 학생증을 폰으로 보여주니 인정해주었습니다.

데스크에 있는 직원이 참 영어를 잘해서 정말 편했습니다.



티켓을 제시하자마자 보이는 네모 반듯한 분수

앞으로 이어진 수로를 따라 문으로 내려갑니다.



거짓말처럼 숲이 나타납니다.

혼란스러운 메디나 거리에서 불과 10미터 정도 떨어져있는데

선인장과 나무가 고요함과 평화를 조성하고 있습니다.

앞의 붉은 건물로 들어가서 오른쪽으로 향합니다.



조용한 안뜰

산들바람이 잎사귀와 커텐을 부드럽게 흔듭니다.

믿겨지지 않는 광경이 너무 당연하다는 듯이 조용히 그 자리에 서 있습니다.

마치 이상향이 실체화되어 나타난 것 같습니다.



비밀스러운 커튼이 달린 파빌리온( Pavillion)

바라보고 있으면

페르시아의 샤한샤(황제)가 된 느낌입니다.

비단과 장신구를 치장한 여인들이 저 문으로 나올 것 만 같습니다



가운데에는 사람들이 쉴 수 있는 정자가 있고

정자의 한 가운데에는 대리석으로 만든 중앙 분수가 있습니다.

의자에 자리를 잡으니 정말 천국이 따로 없습니다.


조용하고, 시간이 멈춘 듯한 분위기 속에

분수에선 끊임없이 차가운 물이 나옵니다.

뜨거운 한낮 오후 2시경, 저와 동생은 말없이 앉아 휴식을 취합니다. 


이곳의 분수는 전부 자동화되어있습니다.

18세기, 모로코의 기술자들이 아틀라스 산맥에서 솟아나는 물을 운송하는 상수도 시스템을 건설하여

마라케시 곳곳의 모스크와 분수대에 물이 자동으로 솟아나도록 설계했다고 합니다.


2008년 황폐화된 이곳을 재건할 때에도

분수 시스템에 이용되는 큰 물탱크가 발견되어

현재도 이용하고 있습니다.



분수가 있는 정원은 이슬람에서 정의하는 낙원( paradise )을 묘사합니다.

꾸란에 나오는 낙원은, 입장하는 모든 자들은 30세가 되고 나이를 먹지 않으며,

열매를 맺는 나무들이 두 쌍씩 있다고 합니다.

또한 하나의 샘에서 4갈래의 강이 흐르며, 현세에서는 분수로 이 샘을 묘사합니다.


정말 귤나무와 석류나무가 곳곳에 있습니다.

( 낙원의 양식이지만 농약을 칩니다...... )



비현실적인 분위기를 내는 파빌리온

마라케시 최고의 인생샷 장소라고 자부합니다 진짜..!


1934년에 버려진 이 실낙원( Lost Paradise ) 은

21세기에 다시 발굴되고, 2008년부터 재건에 시작해

2016년에 개장했다고 합니다.


무엇보다 사람이 정말 없어서 조용하고, 신비로운 분위기가 유지되는 것 같습니다.



파빌리옹 안쪽에서 바깥쪽을 보면 이렇게 생겼습니다.

파빌리온 내부에는 정원의 재건 과정을 찍은 사진이 걸려 있습니다.


반대쪽 건물은 군주가 거주하던 건물로, 현재는 박물관화 되어

이 정원의 역사와, 재건하며 출토된 도구 등을 담고 있습니다.



박물관 2층에서 본 전경

정원의 구성이 매우 대칭적으로 되어있는 것을 볼 수 있습니다.


자댕 마조렐과 마찬가지로 이곳도 Exotic Garden, 즉 세계 곳곳에서 들여온 식물로 꾸민 정원입니다.

자댕 마조렐은 전 세계에서 식물을 들여왔지만,

르 자댕 시크레, 비밀의 정원은 이슬람세계인

북아프리카와 중동지방에서 채취할 수 있는 식물로 구성된 것이 특징입니다.

이집트에서 온 야자나무, 레반트 지역에서 온 석류나무 등등

19세기에 살아있는 나무를 어떻게 운송해왔을까요




저희는 옥상 티켓도 구매해서

옥상도 한번 올라봅니다.

옥상은 한낮에 올라갈 것이라면 비추입니다.

태양이 뜨겁고 주변이 잘 보이지 않습니다.

해가 좀 약해지는 오후나 해질녘에는 좋은 광경이 보일 듯 합니다.



박물관 2층에는 음료나 간단한 음식을 구매할 수 있는 카페가 있습니다.

날이 너무 더워서 커피보다는 시원한 탄산음료를 구매해 옵니다.

1층에서 먹겠다고 하면 들고가기 좋게 만들어줍니다.



시원한 음료를 들고 파빌리온 앞으로 돌아옵니다.

빈 차양막 아래 앉아 시원한 음료와 여유를 즐깁니다.

오후 3시 남짓 된 시간이지만, 무려 네 곳이나 돌아다녀 뿌듯합니다.


누군가에게 마라케시 여행지를 추천한다면

저는 단연코 이 비밀의 정원에는 반드시 가 보라고 할 것 같습니다.

오후 2시, 3시경의 뜨거운 열기를 피할 완벽한 쉼터입니다.

사실 마지막날에 한번 더 갈까 하다가 구냥 돌아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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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도 적고, 평화롭고 신비한 분위기까지

비밀스러운 입구 뒤에 있는 환상적인 공간

정교하게 설계된 낙원을 체험하고 갑니다.




이제 메디나를 돌아다니고

리야드에서 조금 쉰 뒤,

다시 지마 엘프나 광장으로 저녁식사를 하러 갑니다.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