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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모로코

모로코여행#25 사막6 사하라 캠프에서 보낸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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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  모로코여행#24 사막5 사하라 속으로! 끝없는 모래와 조우하다


 Bérber Camp

모래 속 캠프에서 보낸 한나절

이슬비 속에서 사막의 황혼을 맞다


오전 10시즈음 출발한 일행은 정오가 될 즈음 캠프에 도착합니다.

낙타를 타는 행위는 매우 힘이 듭니다.

낙타는 다른 동물과 다른 방식으로 걷기 때문에 많이 흔들립니다.

게다가 모래언덕이 생각보다 매우 가파르기 때문에 흔들림은 배가 됩니다.

낙타의 움직임에 맞추어 허리를 앞뒤로 계속 흔들어야 편하게 탈 수 있습니다.


진이 쭉 빠진 채 캠프에 도착하면

알리네 직원들이 맛있는 식사를 준비해줍니다.

이후 저녁식사를 할 때까지 편하게 쉬는 시간을 줍니다.



드디어 캠프에 도착합니다.

중앙에 야자수를 끼고 천막들이 동그랗게 둘러싸고 있습니다.

생각보다 근사합니다.


메르주가 앞 사막에는 이런 캠프가 많이 있습니다.

알리네 말고도 많은 업체에서 사막 캠프를 운영하는데,

알리 역시 이 캠프 말고도 몇 개의 캠프가 더 있다고 합니다.



같이 낙타를 타고 온 사람들

같이 낙타를 타고 온 6명 외에도 이미 하룻 밤을 보낸 사람들이 우리를 반겨줍니다.

뜨거운 태양 아래에서 두 시간을 힘들게 낙타를 타고 온 뒤라 매우 갈증이 납니다.

알리네 직원들도 그 사실을 알았는지 도착하자마자 얼음물 페트병을 충분하게 줍니다.


음식을 먹는 천막은 바닥이 촉촉하게 젖어 있습니다.

사방의 뜨거운 기운으로 인해 습기가 증발하면서 캠프 내부가 시원하게 유지됩니다.



민트 티도 따듯하게 마신 뒤에 본격적으로 식사가 준비됩니다.

입맛을 돋굴 크래커와 땅콩이 나옵니다.

여행와서 처음 먹는 코스요리인지 싶습니다.



모로코빵 코브즈와 함께 모로칸 샐러드가 먼저 식탁에 오릅니다.

피망, 양파, 참치, 올리브유 등 간단한 재료가 들어가 있지만

맛이 정말 좋습니다.

사막 한 가운데에 있는 천막에서 급조한 요리 치고는 매우 괜찮습니다.



곧이어 등장한 모로코식 계란 요리가 나옵니다.

아마 샤크슈카인듯 합니다.

이제부터 허겁지겁 점심을 먹기 시작합니다.

다들 같은 한국사람들이라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식사를 합니다.



점심을 먹고, 커피 한잔까지 한 뒤 여유롭게 밖으로 나와봅니다.

두시에서 세시 정도 되니, 강렬했던 태양빛도 한풀 꺾여 있습니다.

하늘 위에도 구름이 느긋하게 떠 있습니다.

캠프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이 점이 주변을 둘러볼 여유를 줍니다.



밥도 든든히 먹었겠다, 언덕 위로 올라가보기로 합니다.

사막에서 하는 샌드보딩도 재미있지만, 보드를 탈 줄 모르니 그냥 올라갑니다.



생각보다 상당히 경사가 가파릅니다.

앞서 보드를 들고 가는 분은 세계여행을 하시는 대단한 형님입니다.

액션캠으로 세계여행 영상을 찍고 계시다고 합니다.


사실 여행 올 때 카메라와 액션캠을 둘 다 챙겨갈까 고민을 많이 하다가

결국 카메라만 챙겨 왔는데,

현장의 생생한 느낌은 역시 액션캠이 한 수 위일것 같습니다.



어느 정도 올라오고 뒤를 돌아보자, 캠프가 정말 작아보입니다.

저 멀리 있는 언덕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구름이 자칫 밋밋한 사막의 질감에 명암을 입혀줍니다.



모래사막이 끝없이 보입니다.

바람이 조각한 패턴이 아주 인상적입니다.

오직 입자로만 이루어진 이 공간은

아마 지구상에서 가장 추상적인 공간일 것입니다.



언덕의 모서리에 도달하자 보이지 않던 광경이 또 모습을 드러냅니다.

보드가 걸쳐있는 모서리 반대쪽도 역시 엄청 가파릅니다.

매일마다 수많은 여행객이 이 사막 어딘가의 캠프에 묵을 텐데, 조금도 보이지 않습니다.


모서리에 올라오니 바람이 거칠게 붑니다.

질레바를 입지 않았다면 옷 속에 모래가 다 스며들었을겁니다.



보드를 들고 온 형이 가파른 절벽을 따라 내려갑니다.

자세가 능숙합니다.

무려 30분 넘게 고생하며 올라온 언덕을, 채 10초도 안되는 시간에 내려갑니다.



언덕의 맨 위에 올라오니 사막 너머가 보이기 시작합니다.

저 방향은 동북쪽으로, 모로코와 알제리의 국경선이 지나는 곳입니다.

저 부근은 다시 돌사막이라고 합니다.

사하라 사막이라는 단어를 들으면 범대륙적인 광활한 모래사막을 상상하지만,

사실 이런 모래사막은 20%정도라고 합니다.



뜨거운 모래가 슬리퍼 속으로 계속 파고듭니다.

다만 정말 건조한 기후때문인지, 피부에 묻지 않고 다시 바닥으로 돌아갑니다.



내려와서 조금 쉰 뒤, 모하메드가 다같이 일몰을 보러 가자고 합니다.

대략 오후 5시 정도까지 언덕 위에 도착해야 일몰을 성공적으로 볼 수 있다고 합니다.

다들 가파른 언덕을 올라갑니다.



아까 올라갔던 언덕보다 더 높은 언덕에 올라갑니다.

게다가 발이 모래에 푹푹 빠져서 이동하는데에 많은 체력이 소모됩니다.

중간중간 당연히 쉬는 시간도 갖습니다.


구름이 조금씩 다가와 장벽을 이루는 것이 심상치 않습니다.



약 40분간의 고된 등산 끝에 언덕 위에 도착합니다.

구름과 햇빛이 멋진 장면을 만들어냅니다.

이제 여기서 천천히 일몰을 본 뒤 내려가서 저녁식사를 한다고 합니다.

다들 인생샷을 건질 준비를 합니다.



높은 언덕에 올라오니 사막의 서쪽 끝이 보입니다.

낙타를 타고 출발했던 메르주가, 하실라비드 입니다.

생각보다 깊숙히 사막 속에 들어와있었던 모양입니다.






선글라스와 터번을 착용했지만

마치 산악회 회원처럼 보이는 동생..

그렇게 와보고 싶다던 사막에 와보니 좋아보입니다.



함부로 바닥에 물건을, 특히 전자기기를 두면 모래가 들어가서 망가집니다.

질레바 등으로 이렇게 감싸두면 좀 더 안전하게 둘 수 있습니다.

그 와중에 바닥의 물결무늬가 아름답습니다.

바닷가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곡선을 여기서도 봅니다.



다들 각자만의 방식으로 사막을 즐깁니다.

어제부터 경험했던, 변화무쌍한 날씨가 정말 인상적입니다.

사막 사진의 하늘은 일반적으로 파랗고 높은 하늘인데, 이곳의 하늘은 그 누구보다 동적입니다.



저 역시

질레바를 입고 인생샷 하나 부탁해봅니다.

동생이 그래도 잘 찍어줘서 다행입니다.



세계여행을 하는 또다른 형

몇 개월에 걸친 긴 여정 속에 사막에 들렀다고 합니다.



그 후, 일몰까지 보고 내려오려 했으나

갑자기 빗줄기가 쏟아져 내려와서 모두들 캠프로 철수합니다.

처음 잔잔히 시작된 빗줄기는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졌습니다.

모로코여행 내내, 찾아볼 수 없었던 비구름이 모두 이곳에 모였나봅니다. 

일몰을 감상하지 못해 아쉽지만 어서 내려가기로 합니다.



빗방울은 다른 방식으로 사막의 질감을 만들어갑니다.

가시거리가 짧아지고 모래의 색이 짙어지며 묘한 색감이 드러납니다.

햇빛과 구름이 만들던 모습과는 다른 몽환적인 분위기가 만들어집니다.


비가 거세게 내리니 걱정이 쌓여갑니다.

과연, 새벽이 되기 전에 빗줄기가 잦아들고

구름이 물러가서 은하수를 볼 수 있을까요

다음 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