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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모로코

모로코여행#20 투어업체에게 속아버린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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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전 편: 모로코여행 #19 사막2 아이트벤 하두 왕좌의 게임 촬영지!!

起死回生

기 사 회 생

사막 한가운데서 실종될 뻔한 썰


시외버스를 타고 와라자자트에서 보우모운 다데스로 가려고 한 계획은

사실 지금 돌아보면 정말 터무니없는 계획이었습니다.

사막 한복판에 버려질 뻔 했던 이 순간은 아직도 극적인 경험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 순간의 느낌을 살리고자 조금 다른 어투로 적겠습니다.


정신이 없었다. 미프타 투어에 따르면 우리는 오전 경에 아이트 벤 하두에 도착, 12시에 점심을 먹고 1시에 와라자자트에 내려야 했다.

하지만 아이트 벤 하두에서 나왔을때는 이미 1시경이었다. 투어 사람들과 함께 타진을 먹었지만 마치 돌을 씹는 것 같았다.

와라자자트라는 마을에 도착해서도 어떻게 버스를 타야 하는지, 보우모운 두 다데스라는 마을에 성공적으로 갈 수 있을지

그 모든 것이 너무나 정해져 있지 않았다.



급한 마음에 어서 미니버스에 오르지만, 좀처럼 사람들은 출발할 생각을 하지 않는다.

같은 차를 타고온 다른 사람들은 그렇다고 해도, 운전기사 이사람은 적어도 우리가 바쁜 상황임을 알았어야 한다.

여유롭게 담배만 세 대째 피우고 있다. 점점 초조해진다.



두시가 넘은 시간에 출발했다.

와라자자트에서 보우모운 다데스까지는 무려 100키로미터가 넘는다.

오후 6시에 해가 진다고 가정해도 4시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

4시에 차가 있을까? 애초에 시외버스가 있는지도 모른 채 출발했다.

계속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중간의 이정표. 와라자자트까지 19키로미터가 남은 것이 보인다.

19Km는 얼마 되지 않는 거리이지만 여기선 적어도 30분이나 걸리는 거리이다.

자칫하다간 우리도 저기서 택시를 부르는 아저씨처럼,

아무것도 없는 사막 한복판에서 흙먼지를 뒤집어쓰며 택시를 불러야 할 지도 모르는 판이다.

만약 보우모운에 도착하지 못하게 되면 그 다음날 가야 하는 알리네 역시 위험해진다.



와라자자트로 가는 길. 기사가 속력을 낸다.

기사에게 넌지시 물어봤다.


"우리 보우모운 다데스로 가야하는거 알고있죠?

투어 업체에서 어떻게 가야 하는지 기사님께서 알려주실거라고 했어요" 


"네?"

네?

네?!

네??

네???!


상황은 다음과 같았다. 투어 업체에서는 와라자자트로 가고싶어하는 나와 계약한 후, 탑승인원을 중계업자에게 넘긴다.

중계업자는 여러 투어업체로부터 예약한 탑승인원을 받은 후, 그 수에 알맞게 미니버스를 준비한다.

투어 당일날 미니버스 운전사들은 중간업자가 데려오는 사람들을 태우고 가는 것이다.

따라서 미니버스 운전사는 투어 업체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사람이 아니었던 것이다!!


"운전기사한테 너희의 사정을 전달해줄게"

라고 했던 미프타 투어업체의 말은 개뻥이었던 것이다.

MIFTAH tours 절대 이용하지 마세요



Miftah Tours의 Rahal

지금 확인해보면 그가 보낸 말은 전부 거짓말이다.

기사에게 우리가 와라자자트에서 내린다는 말을 했다는 것도 거짓이고,

Okay it's our bus 이것도 거짓이었고

보우모운 다데스까지 가는 택시와 버스가 항상 있다는 것도 거짓이다.


미안하다는 말 한마디도 없이 저리 당당하다.

저럴거면 애초에 그런 말은 못해준다고 하던가

쓰래기XX



어느 새 미니버스는 와라자자트에 들어서기 시작했다.

가로등이 있는 것으로 보아, 좀 큰 도시인 것 같았다.

만약 여기에 버스가 없으면 택시를 타고서라도 어떻게든 보우모운 다데스로 이동을 해야 한다.

100키로미터를 타고 가는데에는 대략 한화 5만원 정도가 든다고 한다.


기사에게 다급하게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우린 보우모운까지 반드시 가야한다고

어떻게 방법이 없냐고 계속 물었다.




차량은 와라자자트의 영화박물관에 정차했다.

우리를 제외한 다른 사람들은 나와서 와라자자트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나는 기사에게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우리는 보우모운 다데스로 가야 한다.

그곳에 호텔을 예약해뒀다

투어업체에서 갈 수 있다고 해서 왔는데 당신들에게 전달되지 않아 당황스럽다.

로컬 버스가 있다고 들었다.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려달라.


운전기사는 잠시 생각하더니

나에게 딱 한마디를 말하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Ten minutes please"


초조하다. 시간은 점점 흘러가고, 희망은 없어 보였다.

모로코 사람들은 기다리라고 할 때 원미닛거리는데, 이사람은 10분을 기다리라는 것을 보아

적어도 30분 정도는 소요될 것으로 보였다.


힘없이 계단에 앉았다. 그토록 보고 싶었던 토드라, 다데스 협곡을 못 보고 사막으로 가야 하나 싶었다.

시외버스에 탄다고 해도, 낡은 버스에 베르베르인들과 함께 타고,

두시간 넘게 좀도둑을 조심하며 버스를 타고 이동해야 할 것도 까마득해 보였다.

애초에 다른 여행자들처럼 마라케시에서 바로 알리네집으로 이동했다면 이런 문제도 없었을 것이다.

보우모운 다데스에 가지 못하면 호텔을 취소해야 하고, 여기 어딘가에 또 방을 잡아야 할 것이었다.


멀리서 통화하던 그는 마침내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그래도 차를 버리고 가지는 않겠지 싶어 차 옆에 붙어있었다.


얼마 후 그가 돌아왔다.

나에게 서툰 영어로 말하기 시작했다.

"

"내 친구가 보우모운 다데스를  지나가는데 그 차를 타고가면 어때?"


한 줄기 희망이 보였다. 나는 생각할 새도 없이 얘기했다.

"YES please"


몇 분 지나지 않아 다른 미니버스가 도착했다. 다른 투어업체인듯 보였다. 운전석에서 중년의 남자가 나에게 왔다.

그의 친구로 보였다. 지금부터 나와 딜을 시작하려는 모양이다.

제 3세계를 조금 여행하며 얻은 팁인데, 이런 나라들의 현지인들은 질기고 굳세다.

따라서 흥정 등 딜을 시작할 때는 절대로 그들의 눈을 피해선 안된다.

맹렬한 눈빛으로 바라봐야 한다.

눈빛을 피하는 순간 기세가 제압당하고 말려들어간다.

그의 눈을 똑바로 응시하자 그가 얘기했다.


"내가 보우모운 다데스까지 데려다 줄 수 있어. 한명당 100디르함씩만 받을게.

로컬 버스가 있긴 한데 한명당 150디르함이고, 저녁 늦게밖에 차가 없을거야"


두말할 것 없이 가자고 했다.

그러더니 그가 덧붙였다.


"나에게 800디르함을 주면, 다데스 협곡 앞에 있는 호텔에 방을 얻어줄게.

그리고 내 투어버스로 투어하는 사람들과 함께 다데스 협곡이랑 토드라 협곡에 데려가줄게."


약간 사기꾼의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그래도 솔깃하긴 하다.

한명당 4만원 돈으로 숙박과 무려 300Km에 이르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끝없는 의심이 들기 시작했다.

만약 호텔 앞에 도착해서 숙박요금을 더 달라고 하면 어떡하는가

이동하는 중간에 더 많은 금액을 요구하면 어떡할지

아무것도 없는 사막에서 그는 내 목숨을 좌지우지 할 수 있는 상횡이 될 것이었다.

나는 덧붙였다.


"저 사실 메르주가로 가야해요. 거기에 사막투어를 예약해뒀어요."

그가 웃으며 대답했다.

"자네 운이 좋네. 사실 이 투어차량은 내일 메르주가로 향하거든. 원하면 거기서 내려주도록 할게"


양날의 검 같이 느껴지는 기회다.

잡아야 할 지 말아야 할지 고민되는 순간에 동생이 나에게 말을 걸었다.


"형. 보우모운 호텔 수수료 없이 예약취소할 수 있는 시간이 30분 남았는데 취소할까?

걍 이사람 따라 가자. 내가보긴 개꿀인것 같은데?"


동생은 이미 투어버스에 마음을 굳힌 듯했다.

이것만이 답인가.. 사실 보우모운에서 메르주가로 이동할 방법도 또렷하게 정하지 않은 상황이었다.

투어버스를 탄다면 적어도 마음 편하게 이동할 수는 있을 것이다.

나는 마지막으로 그에게 물었다.


"진심이죠? 이 가격 변하지 않는거죠?"

그가 씩 웃으며 답했다.

이 대답은 아직도 기억에 선하다.


"이보게 어린친구. 나 베르베르인이야

차에서 짐 꺼내서 옮겨싣어. 곧 출발합세"


막바로 호텔을 취소하고 그의 차에 올랐다.

마라케시에서 여기까지 같이 와준 사람들에게 작별 인사를 고한다.

그들도 웃으며 우리의 행운을 빌어 주었다.

새로운 투어버스에 입장하자 새로운 사람들이 맞아준다.

중국인 두명, 싱가폴인 두명과 스페인에서 온 일가족이 우리에게 인사를 한다.

이제 만 하루동안 이들과 함께 이동하게 된다.


투어업체의 미흡한 대처에 속았지만 하늘이 도와 새로운 사람을 만났다.

정말 운이 좋았다. 정말정말 운이 좋았다. 다데스, 토드라 협곡을 전부 보고 편하게 메르주가까지

그것도 한명당 단돈 4만원으로 가게 되었다.